| 주문사항 |
오늘 같이 비가 올땐 벌들도 고스톱을 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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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부산은 벌써 아카시아(아카시) 꽃이 완전히 지고 없습니다.
제 경험상 아카시아 꽃은 지금쯤 충청도 쪽은 만개 상태이며 3~4일 정도가 지나면 경기도 남부 지방이 절정을 이루겠지요.
아카시아 꽃은 그 향기 만큼이나 꿀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예전엔 아카시아 꽃송이를 꺾어서 꽃을 하나씩 따서 그 꽁무니를 빨아 먹기도 했었습니다.
간혹 사람보다 벌이 먼저 다녀간 뒤라면 달콤한 꿀이 들어 있는 꽃을 찾느라 그만큼 우리의 손과 입은 바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가 향긋한 꿀이 들어 있는 꽃송이는 통째로 죽 훑어서 먹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것이 습관이 되어서 간혹 어딜 가다가 꽃을 만나게 되면 한 번씩 따서 꿀맛을 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카시아 꽃은 밀원이 풍부하고 꿀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양봉가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맘때쯤 아카시아 꽃이 만개한 곳이라면 어디서나 쉽게 자리를 잡고 있는 양봉업자를 만날 수가 있을 겁니다.
예전엔 양봉가들은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이나 개천가의 빈 공터에서 자리를 잡은 체 며칠씩 묵기도 했었습니다.
양봉업의 특성상 꽃의 개화시기에 따라서 자주 자리를 옮겨 다녀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여도 별 이상은 없었습니다.
길어야 1주일 가량을 한곳에서 머물다가 아카시아 꽃이 70~90%가량 만개 하였을 때 벌통에 들어온 꿀의 양과 상태를 봐서 적당한 시기에 꿀을 채취합니다.
보통 양봉업자가 이동을 하면서 꿀을 채취할 정도가 되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할 장소는 그냥 무턱대고 함부로 옮기는 것이 아닙니다.
사전에 꽃이 많이 있을만한 마땅한 장소를 답사하여 가장 중요한 밀원의 양과 현제 꽃이 피어오르는 성장 상태를 보고 꽃의 개화 시기를 정확하게 예상하여 그곳으로 옮겨올 날짜를 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시기가 정해지면 그 마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이장님과 모든 일을 상의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곳 사람들이 쓰지 않는 공터가 있다고 해서 주민들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들어가서 점유를 하고 있다가 보면 그 마을 주민에게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난감한 일을 예방하고 꽃이 질때까지 안정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는 마을 이장님과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마땅한 부지를 찾게 되면 땅주인을 직접 찾아가서 허락을 받고 적당한 임대 비용을 내기로 약속을 하고 이동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래야만 필요한 식수와 전기 시설을 어딘가에서 끌어올 수가 있겠지요.
양봉 통을 이동해 놓을 장소가 아무리 좋아도 양봉업자가 소유하고 있는 봉군이 그 지역을 맘껏 날아 다니면서 꿀을 물어올 충분한 양의 밀원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좁은 밀원이면서 가까운 거리에 또 다른 양봉업자가 먼저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있다면 굳이 비집고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만족한 만한 꿀을 수확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그냥 이동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올 수가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의 아카시아 꽃의 밀원은 다른 종류에 비하여 전국에 고르게 풍부한 편이며, 남에서 북으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개화가 이루어져서 국내의 양봉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꽃입니다.
양봉가들이 아카시아 꿀을 수확하는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인데 양봉 업자에 따라서 60~70%까지 차지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양봉 업자들은 1년 수익의 6~7할을 5월 초에서 6월 초까지 그 1달 사이에서 결정을 짖는 겁니다
특히 이시기에 오늘처럼 비가 자주 내리게 되면 벌들은 외부의 활동을 거의 못하기 때문에 양봉업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벌과 사람은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집단으로 무리를 지어서 살아가는 모습도 그렇고... 농경사회의 사람들은 비가 오면 그냥 쉬어야 했습니다.
벌도 똑같이 비가 내리면 자기 집에 들어 앉아서 쉽니다.
사람처럼 고스톱은 하지 않아도 그들도 똑같이 비축해둔 꿀을 축내면서 날씨가 어서 빨리 개이기만을 기다립니다.
양봉가들의 심정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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