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덕분에

오늘 새벽 두리가 곱고 편안하게 잘 떠났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두리는 저에게 16년 9개월의 그림같은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눈이 왔습니다.

두리에게 사진 찍은 것을 보여주면서,

눈이 오고 나서 기온이 내려가지 않으면,

봄이 곧 온다는 뜻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 마다 다 다른 밥을 주고, 약을 먹이고, 소독해주고...

서둘렀는데도 새벽 한시가 되어서야, 두리 옆에 제대로 앉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핸폰을 보며, 두리에게 올라온 댓글들을 다시 읽어주는데,

두리가 들으며, 깊은 잠에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새벽 1시 55분쯤, 입이 마른 것 처럼 보여서,

물을 좀 주려고 하다가, 두리가 간 것을 알았습니다.

마지막에 몰아쉬는 숨도 없이, 잠자듯이 곱게 그렇게 떠나서,

곁에 있었고 계속 토닥이고 있었지만,

가는 순간을 함께 하지 못했고,

정확하게 언제 떠난 건지도 모릅니다.

누발이가 내내 두리 곁을 지켰는데,

제가 두리에게 계속 이야기하는 도중에, 

누발이가  코를 골며 자기 시작했는데,

아마 그 때가 두리가 떠난 때인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이지만,

누발이가 계속 긴장하고 있다가,

두리가 떠나니까, 안심하고 잠이 든 것처럼 여겨집니다.

누발이가 저보다 훨씬 나은가봐요..... 

(누발이는 아침까지 업어가도 모르게 잤습니다.)

두리 잘 가라고 축복해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올려주신 댓글을 읽어주며,

제가 달 답글도 두리에게 이야기 해주는 그 시간이

정말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제가 수다처럼 두리에게 말해줬던 저의 답글은

2월 8일 제가 올린 글의 댓글에 답글로 올렸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고,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감사합니다.

너를 보내고/윤도현

구름 낀 하늘은

왠지 니가 살고 있는 나라일 것 같아서
창문들마저도 닫지 못하고,

하루종일 서성이며 있었지

삶의 작은 문턱조차 쉽사리 넘지 못했던 너에게,

나는 무슨 말이 하고파서 였을까

먼 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

난 왜 너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 가자 하지 못 했나~

길 잃은 작은 새 한마리가 하늘 향해 그리움 외칠 때
같이 놀던 어린 나무 한 그루, 혼자 남게 되는 게 싫었지

해 저가는 넓은 들판 위에서,

차가운 바람 불어도 들려오던 노래, 내 곁에 없었지

먼 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

난 왜 너 닮은 목소리마저
가슴에 품고도 같이 가자 하지 못 했나